빈집 마당에 홀로 대문을 바라보는 감나무 감나무가지 사이에 줄을 치는 거미 감꽃송이에 살며시 앉는 나비 한 마리 빈집 건너편에 등이 굽은 미루나무
숨어 핀 외진 산골 얼레지 꽃 대궁 하나 양지꽃 하나 냉이 꽃 하나에도 나비가 찾아드는 건 봄꽃 앉은 바로 그 자리에도 번지수가 있기 때문
요즘‘더 글로리’라는 드라마가 화제다. 이 드라마는 작가의 딸이 던진 질문에서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엄마는 내가 죽도록 누군가를 때렸을 때와 누군가에게 죽도록 맞았을 때, 둘중에 언제가 가슴이 더 아플 것 같아?” 작가는 어떤 대답도 하지 못했다는 인터뷰를 보며 경찰인 나는? 부모인 나는? 어느쪽일까 생각해 봤다. 아직 답을 선택하지 못하겠다.
나와 너 사이로 바람 분다면 눈 녹고 꽃 피는 일이 우리 사이의 일이겠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매년 모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종합청렴도 1등급부터 5등급까지 평가를 한다. 경북도경찰청은 2022년도 평가에서 2등급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6시, 레스토랑에서 한국인 청년이 포함된 7,8명의 순례자들과 저녁을 먹고 왔다. 일찍 침낭 속으로 들어갔다. 옆 침대의 스페인 남자가 계속 기침을 해댄다. 심한 감기에 걸린 듯하다. 투숙자가 3명뿐이어서 쾌적한 밤을 기대했건만 이건 또 뭔가. 가뜩이나 잠으로 가는 진입로가 긴 나로서는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별로 참으려는 성의조차 보이지 않는다. 배낭을 뒤져 감기약을 꺼내 건넸다.
나는 초원에 누워 아이들과 피리를 부네. 구름은 별사탕처럼 돌돌 말리고 아이들의 입술이 웅덩이에 비치네. 별사탕이 입술에 살짝 묻어 있는 밤
우리 감정선은 느슨한 듯 팽팽하다 말랑하면 재미없고 단단하면 짜증나는 좀체 길들여지지 않는 야성 고분하게 만드는 소리 빗소리, 마침내 손잡게 하는
이십구 년째 안방에서 거처하는 장롱 안에는 오래된 염전이 숨어있다 해마다 바닷물이 그득히 들어차 이불을 적시고 옷들을 적시고 그렇게 적시고 말리고를 반복하더니 이윽고 투명한 결정체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두 번 째로 자주 불렀던 노래는 아마 ‘목련꽃 그늘 아래서’였을 것이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그대를 생각하노라/목련꽃 그늘 아래서/그대를 기다리노라/그대가 목련을 닮아/어쩌다 목련을 닮아/내 가슴에 시들지 않는/목련꽃 피게 하느뇨/그리워 그리워서/나 그대 그리워서/목련꽃 그늘 아래서/한 마리 학이 되었네’ 기다림의 정서는 애처롭다. 대개 저런 기다림의 끝에는 기다림만 있다. 대체 저 목련꽃이 몇 번을 피었다 져야 저 이의 기다림에 끝이 보일까. 그리운 이를 기약없이 기다리는 일은 가장 잔인한 형벌이다.
화재 초기 소화기 사용은 소방차 한 대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화재가 발생했을 때에는 초기 진화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천천히 천천히 가는 시계를 하나 가지고 싶다 수탉이 길게 길게 울어서 아, 아침 먹을 때가 되었구나 생각을 하고 뻐꾸기가 재게 재게 울어서 어, 점심 먹을 때가 지나갔군 느끼게 되고 부엉이가 느리게, 느리게 울어서
지난 2월 5일 일요일 아침. 효사랑요양복지센터에 근무하는 요양보호사 손oo 팀장한테서 전화가 왔다. 기초수급자인 독거노인 박oo(98세) 어르신께 정월 대보름날 아침밥을 잘드셨는지 안부를 물어려고 여러 차례 전화를 시도해도 통화가 되지 않아 딸에게 전화 연락을 해도 받지 않는다고 했다. 손 팀장은 평소 때와는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조금은 울먹이면서 말했다.
금강산 만물상, 채하봉, 집선봉 바다 향해 내달린 구선봉 하얀 파도 밀려오는 해금강 바라보며 남북이 하나 될 그 날을 기다리는 동해안 최북단의 고성 통일 전망대
혹시 24년 후 돈 수에로 최후의 결투는 또 다른 연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두 번 째 춤사위’였던 것은 아닌지 짓궂은 궁금증이 인다. 첫 번째 결투가 해피 엔딩이 아니었을 수도 있고, 처음엔 뜨거웠던 사랑이 시간의 풍화에 못이겨 바스러져 버렸기 때문일 수도 있으니 괜한 궁금증은 아니다.
입관보다 더 깊은 매장埋葬 반듯한 오후 한 시의 귀퉁이가 허물어지고 세상의 끝, 출구는 없었다 어머니는 마지막 인사를 두 손에 쥐고 갱도를 따라 캄캄한 막장으로 들어가셨다
고속도로는 장거리 목적지를 가려는 운전자들이 고속으로 주행하고 화물차의 운송 또한 많이 이뤄지고 있다. 고속 운행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다면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각별한 안전운전이 필요하다. 고속도로 사고 중 그 원인을 살펴보면 과속운전, 졸음운전, 안전거리미확보, 타이어파손 등 차체결함 등이 있지만 사실 고속도로에서의 사고원인 1위는 '전방주시태만'(30.4%)이라고 한다.
이런 말씀이 다른 나라에도 있을까 이젠 겨우 밥술이나 좀 들게 되었다는 말씀, 그 겸허, 실은 쓸쓸한 安分, 그 밥, 우리나란 아직도 밥이다 밥을 먹는 게 살아가는 일의 모두, 조금 슬프다 돌아가신 나의 어머니, 어머니께서도 길 떠난 나를 위해 돌아오지 않는 나를 위해 언제나 한 그릇 나의 밥을 나의 밥그릇을 채워 놓고 계셨다 기다리셨다 저승에서도 그렇게 하고 계실 것이다 우리나란 사랑도 밥이다 이토록 밥이다 하얀 쌀밥이면 더욱 좋다 나도 이젠 밥술이나 좀 들게 되었다 어머니 제삿날이면 하얀 쌀밥 한 그릇 지어 올린다 오늘은 나의 사랑하는 부처님과 예수님께 나의 밥을 나누어 드리고 싶다 부처님과 예수님이 겸상으로 밥을 드시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분들은 자주 밥알을 흘리실 것 같다 숟가락질이 젓가락질이 서투르실 것 같다 다 내어주시고 그분들의 쌀독은 늘 비어 있었을 터이니까 그분들은 언제나 우리들의 밥이었으니까 늘 시장하셨을 터이니까 밥을 드신 지가 한참 되셨을 터이니까
레온은 레온 주의 주도(州都)답게 큰 도시다. 기원전 로마의 군사기지였던 레온은 910년에서 1301년까지 레온 왕국의 수도였다. 10세기 들어 산티아고까지 순례길이 개척되자 프랑스인들이 피레네 산맥을 넘어 팜플로나, 부르고스를 거쳐 이곳으로 몰려와 번성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12세기에는 레온이 순례길의 중심도시로 부상했다가 이후 레콩키스타(이슬람 세력에 빼앗긴 스페인의 국토회복운동)의 중심이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점차 쇠퇴기에 접어 들었다고 한다.
가로등은 깜박, 깜박 얇은 잠을 뒤척이고 담배가게 용길이 할머니도 난로가에 앉아 선잠을 데우십니다 젊은 아버지 퇴근길의 휘파람처럼 눈발이 골목을 길게 휘감으며 어깨 좁은 이웃들의 안부를 묻는 저녁입니다